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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자전거 여행기 -둘째날- (2007.7.1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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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자전거 여행기 -둘째날- (2007.7.19)

nenunena 2008. 9. 18. 23:06

비온날

아침에 7시 정도에 잠에서 깼다.

지난밤 수면실이 너무 더워 팔에까지 땀이 줄줄 났다.

어떻게든 자보려고 수면실안에 선풍기를 켜보았으나, 고장이라도 난건지 도무지 켜지질 않았다.

결국 찜질방 홀로 나간 나는 구석진 곳에 찬 맨 돌바닥에 누웠다.

하지만 거기 역시 더웠고, 찾다찾다 커다란 에어콘 바람이 정통으로 불어오는 곳에 자리를 다시 잡았다.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를 속으로 외치며 잠이 들었다.

7시쯤 잠이 갰다. 이번엔 추위가 몰려왔다.

몸을 새우처럼 굽히고 자보려 했으나, 다리도 춥고 팔도 춥고...

결국 다시 기둥때문에 바람이 직접 불어오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여 잤다.

도대체 몇시간을 잠자리옮기는데 쓴건지 모르겠다.

이때 이미 밖에는 비가 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8시쯤에 이룩이도 깨어, 날 찾아와 오늘 계획을 물었다.

우리는 일단 비가 거세니 한숨 더 자기로 하고 일어나서 PC방이든 출발이든 하기로 했다.

10시쯤 다시 씻고 어쨋든 찜질방은 나가야 되겠다 싶어서 준비를 했다.

11시에 점심겸 아침을 먹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길래 이제 출발하면 되겠구나 싶어서 자전거 묶어놓은곳에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덮어놓은 커버는 누가 그랬는지 다 벗겨져 자전거가 비를홀딱 다 맞은 상태였다.

덩달아 출발하려던 찰라에 비까지 다시 거세어지니 우리는 고민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결국 비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차원에서 PC방에 가자는 것과 그냥 출발하자는 선택을 놓고 이룩이와 내가 가위바위보를 하여 결정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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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베이더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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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중라이딩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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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묶어놓았지만...]



결국 우리는 우중라이딩을 택하게 되었고 짐이 젖지 않게 하기위해 열심히 포장을 했다.

드디어 출발!!

그런데 시내를 빠져나가던 도중 어느샌가 내 짐끈이 풀려 봉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다행히 가방이 90%정도 방수라 버티긴 하는데, 그래도 봉투와 끈을 찾아야 했다.

일단 시내에 국민은행에서 돈을 찾고,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물건들을 찾았다.

결국 나는 찾지 못했고, 엉성하게 검정비닐하나를 가방위에 얹혀놓은채 평택을 빠져나갔다.

생각보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일단 한번 비를 맞기 시작하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구 달린탓에 자전거와 가방은 흙탕물에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바람은 또 왜 그날따라 세게 부는지...

빗물이 앞을 가렸다.

우의를 입고 달리고 있으니, 이 허접한 것은 양쪽팔이 찢어져 벌어지고 있었다.

접기도 하고 묶기도 하고, 이룩이 빨래집게로 잡아두기도 하고...

비가 그치고 내리기를 수십번.. 드디어 아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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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문턱에 어떤 다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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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하구나.. -_-;;]


비도 그치고 배도 고프고 하늘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마트에서 간식을 사먹고 흙범범이 된 자전거와 가방을 씻기 위해 학교위치를 물어 찾아갔다.

하지만 정문은 보이지 않고 높은 계단통로만 보였는데, 들고라도 가자는걸 이룩이가 학생들 학시간이라 사람이 많고 자전거를 들고가는게 불편 했는지 나혼자 씻고 오라고 했다.

안간다는 소리에 덩달아 나도 마음이 약해져 옆에 아산시청 화장실에 들어가 가방을 씻고 밖으로 나와서는 휴지로 대충 자전거를 닦았다.

자전거를 보니 두군데서 소리가 나고 밤새 비를 맞은 탓인지 갈색으로 녹슬어 있는 부분들이 보였다.

내색은 안했지만 이때 시청화장실에서 씻을 거였으면 학교까지는 뭐하러 갔었냐고 하는 녀석때문에

별거 아닌 이유로 내가 하자는걸 혼자하라고 하는 이런녀석하고 계속 여행을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헛걸음, 시간낭비를 했다는 생각때문이었는지 이룩이도 얼굴에 짜증이 보였다.

서로 말은 안했으니 모르겠다.

말도 안하고 내가 가자고 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곳으로 혼자 슝~ 가버렸던걸 보면 자기도 기분은 안 좋았던 모양이다.

우리는 예산을 지나 홍성을 향해 21번 국도를 주구장창 타고 갔다.

홍성을 15km정도 남겨두고 완만한 엄청긴 직선 오르막에서 나는 배고픔과 함게 힘이 빠져 중간에 멈춰섰다.

간식살때 남겨놓은 양갱하나를 이룩이와 나누어 먹고 이룩이어머님이 챙겨주신 홍삼조각(?)을 먹고 다시 힘을 내어 홍성에 도착했다.

비는 거의 그친 상태였다.

찜질방 위치를 확인하고 PC방과 괜찮은 음식점을 찾아 홍성역쪽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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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한 홍성역 주변]


하지만 PC방은 전혀 보이질 않았고 이룩이 마음에 드는 음식점도 없었다.

우리는 그냥 역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밑반찬이 푸짐하길래 배부르게 먹었다.

예비배터리가 없는 이룩이는 식당에서 휴대폰 충전을 했다.

찜질방은 5500원 요금이 싸다고 느껴질만한 좋은 시설이었다.

오늘은 손이 저리다.

장갑이 싸구려라 후회된다.
가랑이는 오늘도 죽겠다..

비맞으며 온것치곤 많이 왔다.

평택 - 아산 - 홍성

주행거리 : 76km
평속 : 16.2km/h

사용한 돈 : 간식값 3520원, 아침겸점심 3500원, 저녁 4000원, 찜질방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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