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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자전거 여행 -다섯째날- (2007.7.2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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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자전거 여행 -다섯째날- (2007.7.22)

nenunena 2008. 9. 18. 23:08

맑은 날

아침에 배가 아파서 깼다.

화장실이 아래층에 있어서 가고 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매우 맑았다.

어제까지 계속흐렸는데 출발한 날 이후에 처음보는 맑은 하늘이었다.

이룩이를 깨워 7시 30분쯤 사우나 건너편 해장국 집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선지해장국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역시 전라도는 다르구나 하는 걸 또한번 느꼈다.


29번 국도를 따라 담양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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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적혀 있어도 나중엔 분명 내장산과 담양은 갈림길로 나뉘어져 있었다.]

정읍까지 올때 국도에서보았던 이정표에도 그렇고 지도를 봐도 그렇고 29번 국도는 가장 빠른길이었다.

하지만 이제 평야가 아니라 산이 있어서 오르막이 있을거란 예상을 했다.

피로누적이 심했는지 힘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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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을 빠져나가기 전에 잠시 쉬면서..]

그래도 힘을 내어가는데 예상했던 오르막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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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끌바중..]

처음엔 기어를 바꿔 올라갔지만 오르막이 길어지니 도저히 자전거를 탈수가 없었다.

할수없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오르막을 올라갔다.

내리막을 내려오니 옆에 호수가 있어 잠시 사진을 찍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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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가는길에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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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이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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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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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

다시 시작된 오르막.

그런데 이번엔 끝이 보이질 않았다.

'이제 곧 끝나겠지...'

기대를 하며 올라가보지만, 이건무슨..

평지조차 나오질 않았다.

끌바는 잠시뿐이다라고 생각했는데 피로 누적에, 찌는 듯한 더위에, 끝을 모를 오르막은 계속 자전거에 오를수 없게 했다.

"하악.. 하악... 하악..."

'이번 코너를 돌면 오르막이 끝날까, 저길 돌면 나올까..'

매번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땀만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경치구경하러 그런건지 길가에 서있는 차와 사람이 종종 보였다.

그때마다 헉헉대며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는 우릴 알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 길이..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옆에는 낙석주의에 바위가 보였다.

도대체 얼마를 오른걸까..


드디어..

드디어 오르막이 끝났다.

땀인지 눈물인지 얼굴엔 장마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의 산 꼭대기였다.

분명 이정표에서 내장산은 반대방향이었는데..

내장산 엉덩이쯤 되는 모양이었다.

아래를 보니 우리가 올라온 길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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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길하고 호수 보이지? 저기부터 올라왔어...ㅠ,.ㅠ]

참.. 많이도 올라왔다.

근데 내가 알기로는 이런 말도안되는 오르막들을 자전거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강추한다!!!!

한번 올라가봐.......ㅠ,.ㅠ

{ 정읍 - 담양 간 29번 국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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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오르막을 엄청나게 올라왔으니 당연히 이어지는것은 엄청난 내리막.

속도계는 50을 넘어갔다.

신나게 내려갔다.

중간에 어느 마을입구에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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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그늘아래서 휴식]

내 작은 돗자리를 펴고 잠시 누우려 했으나, 찬 물통에 습기가 차 물기가 있어 햇빛에 말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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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글에 비친 모습]

피로가 생각보다 심했다.

여행시작후 처음으로 이룩이보다 힘들어 했다.

잠시 멋진 풍경에 마음을 맡겨보았다.

계속해서 가파른 내리막이 완만한 내리막으로 변했다가, 또 살짝 오르막이 나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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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담양군..]

담양의 경계를 넘어서고..

그리고 다시 미칠듯한 내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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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했던 사진]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 주위 풍경은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갔지만,

오랜만에 보는 뭉게구름 둥둥 떠있는 맑은 하늘은 페달없이 누릴수 있는 자유의 속도를 멈추게 하고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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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에 멈춰서서]

담양까지 가는 길은 왜그리도 먼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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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중간에 담양호를 보고 담양시내가 멀지 않았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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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호]

이번 장마가 변변찮았는지 호수엔 물이 얼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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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앞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왼쪽으로 보이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잠시 두고 밥부터 먹기로 했다.

생선구이 백반을 먹었는데, 반찬들이 많고 맛있었다.

전라도 만쉐!!~

많이 먹고 싶었지만, 난 생각보다 먹을수 있는 양이 작다.. ㅠ,.ㅠ

주인아저씨가 자전거 여행을 하는 우리에게 관심을 가졌었다.

자기 아들은 자전거 여행하라고 하면 절대 안할거라며, 우리가 대단하다고

식당 문을 나가 자전거를 타고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향해 갈때까지 지켜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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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인다.]

아.. 드디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만났다.

날씨는 맑았지만, 연두빛 잎새들로 빛나는 메타세콰이어 터널을 볼수는 없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생각보다 짧았고, 세군대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곳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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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왜이리 사람이 많아..]

차가 좀 지나다니는 곳은 촬영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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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그래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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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룩이가 찍어준 기념사진]

중간에 걸어서 여행하는 두사람 길안내도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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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죽녹원에 갔다.

담양은 더 둘러볼곳이 많았지만 이때에 내 피곤은 절정에 달해서 어디든 자리만 있으면 눕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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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엔 가볼만한 곳이 많았다.]

죽녹원이고 뭐고 사실 다 귀찮은 심정이었지만 그래도, 보고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입장료 1000원을 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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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입구]

대나무 숲 외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이룩이는 광주 이모께 드릴 선물을 사고 나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죽녹원은 생각보다 넒은 곳이었고, 사람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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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죽겠음...]

내가 오늘처럼 피곤하지만 않았어도 다 구경하는건데...

우린 최단코스를 돌아 나온뒤 광주를 향했다.


자전거 몸을 기대고 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도 가야하기에 출발은 했으나...

이룩이 뒤를 따라 국도를 달리고 있는데 나는 졸음운전을 하고 있었다.

휘청거릴때마다 '이러면 안돼! 잠을 깨야해!'를 되뇌었지만 쉽지 않았다.

앞에 가던 이룩이를 불러 세워 상황을 말하니 순간 잠이 살짝 깨어서 다시 길을 제촉했다.

몸은 천근만근..

옆으로 해가 지고 있었지만 어깨에 맨 카메라는 짐일 뿐이고 나는 땅바닥과 이룩이 자전거의 뒷바퀴만 보였다.

광주의 경계에 들어서자 차가 매우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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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다.. 헉헉..]

길을 물어 드디어 이룩이 이모집에 도착했다.

다시한번 땀을 왕창 쏟아 낼때쯤 이룩이 이모와 이모부가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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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전거 길의 끝에서]

좋은 인상의 두분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집에 들어가 짐을 풀고 씻고 옷을 갈아 입은뒤

우리는 저녁밥을 먹기위해 우리가 고생하며 왔던 그길을 그대로 돌아 담양에 식당에서 떡갈비와 죽통밥을 먹었다.

무엇때문이었는지 식사중에 배가 아파 실례임에도 화장실에 다녀왔다. =.=;;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먹을 것을 끊임없이 챙겨주셔서 배가 계속 불렀다.

오랜만에 땀에 쩔은 옷을 세탁기에 돌리고, 각종 배터리 충전도 했다.

아시안컵 축구 이란과의 8강전을 보고 잤다.


내일은 또 어디에서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정읍 - 담양 - 광주

이동거리 : 73km

평균속도 : 13.7km/h
최고속도 : 53km/h

사용한 돈 : 아침 4000원, 점심 5000원, 죽녹원입장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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