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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스쿠터 여행기 넷째날 (2012.10.2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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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스쿠터 여행기 넷째날 (2012.10.25)

nenunena 2013. 12. 23. 19:34

 

이번엔 제주도 동쪽에서 다시한번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을 달렸다.

 

매우 오랜만에 여행기를 작성해서 시간은 기억이 안 난다. 여행한지 1년이 넘었는데 여행기라니.. ㅋㅋㅋ

그래도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제주도에 많은 오름중에서도 유명한 용눈이 오름. 어떤 시인이 그렇게 용눈이 오름을 사랑했다던데..

 

새벽에 또 늦게 도착해서 일출 못 볼까봐 스쿠터를 급하게 몰았다. 새벽이지만 해가 뜨지 않아 거의 밤이어서, 속도를 내며 달리다가 과속방지턱을 미리 발견하지 못해 피하려다 넘어질 뻔 했다. 다치지 않아서 또 스쿠터 수리비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과속하지 않고 달렸다. -_-ㅋ

 

용눈이 오름 입구는 마치 목장 같았다. 초원에 울타리에.. 넓은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 있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용눈이 오름이라고 써 있는 표지판을 보며 오르막을 오름을 올라갔다.

오르는 길에는 바닥에 폐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게 깔려 있었다.

 

드디어 용눈이 오름 정상에 딱 올라섰는데..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혼자 감상에 젖은 채 일출을 보려던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뭐 아무렴 어떤가.. 역시 올라와서 본 풍경은 '아, 이게 진짜 오름이구나' 라고 느껴질 만큼 좋았다.

 

탁 트인 오름 주변으로 멀리 성산일출봉과 바다, 다랑쉬 오름, 풍력 발전기 같은 것들이 보였다.

 

 

 

 

 

 

 

 

 

 

 

 

 

 

 

 

 

 

 

 

 

 

 

 

일출을 기다리며 주변 경관을 둘러보았고, 먼저 와 있던 두 사람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아버지와 딸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 같이 머물다 만난 사람들이었다. 서로 용눈이 오름이 참 좋다는 이야기, 또 다른 관광지 다녀온 이야기를 하며 사진도 서로 찍어주고 친해졌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카메라를 가져오신 아저씨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사진을 얼마 못 찍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하하..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멀리 해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이 많이 끼어서 해가 보일까 싶었는데.. 역시나 똥그란 햇님은 볼 수 없었다. 대신 빛내림을 실컷 보았다.

 

 

 

 

 

 

 

 

 

 

동쪽으로 해가 보여주는 빛내림에 정신 팔려있다가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많이 밝아져 있었다. 멀리 다랑쉬 오름이 보인다. 오늘 올라볼 또 하나의 오름이다.

 

 

 

 

 

 

 

 

 

 

 

그렇게 용눈이 오름에서의 빛내림 구경을 마치고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멀리 잠깐 인사를 나눴던 두 사람의 모습이 용눈이 오름 등줄기에 보였다. 아이폰으로 찍은 건데 참.. 사진 잘 나온다.

 

아, 그리고 이 다음날 내가 가려는 한라산과 산굼부리에 대해서 여자분이랑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어떤 코스가 좋은지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설명해주면서 견과류와 사탕 초콜릿 한주머니를 건네 주더라.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의 친절이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면서 스쿠터에 기름을 넣었다. 5400원어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으면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으로 토스트를 먹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란 후라이 다섯개 정도 해먹고 싶었는데 ㅋㅋㅋ 그냥 두 개정도로 참았다.

 

토스트를 먹고 있으니, 어제 바베큐파티에 있었을 다른 여행객들도 아침을 먹으러 나오기 시작했다. 한 여자분이 내 앞에 앉길래 인사를 하고 토스트를 먹으며 또 서로 여행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분은 혼자서 차를 렌트해서 다닌다던데.. 중형차 렌트비가 하루에 1만원대라고 해서 깜짝 놀랐었다. 스쿠터 렌트비랑 다를바 없으니.. 다음 목적지로 비자림을 선택한 먼저 일어나서 씻고 짐을 챙겼다.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는 광치기해변 근처라서 위치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데, 음.. 숙박시설이 좀 별로였다. 화장실이나 샤워시설이 부족했다. 밤에 모기를 네마리나 잡았다. 그래도 잠은 잘 잤네.

광치기해변에서 일출을 찍으려 한다던 아저씨는 다시는 여기 안 오겠다며 이를 갈았던 기억이 난다. ㅋㅋ 그날 구름이 많아서 일출을 못 찍은 탓도 있었던 것 같다.

 

짐을 가지고 스쿠터로 가서 헬멧을 쓰려는데, 아침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여자분이 와서 말을 걸었다. 다음 여행지가 어디냐고. 비자림을 가려 한다고 하니 본인도 거길 가려고 한다고. 당시 제주도에서 여자혼자 올레길 걷다가 살인사건이 뉴스에 나오던 때였는데, 그 여자분이 비자림에 혼자가려니 위험할 것 같다고 그러시더라. 음.. 그때 나는 괜찮을 거라며, 그 여자분은 새벽에 어두울 때 홀로 걷다가 그런일을 당한거라고 비자림은 괜찮을 거라며 안심을 시켰다. 목적지가 동일하니까 '같이갈까?' 라는 생각도 잠깐 하긴 했는데, 그분은 차를 타고 가고 나는 스쿠터를 타고 가고.. 이 뭐 어떻게 같이 왔다리 갔다리 하나.. 하는 생각에 "그럼 같이 가실래요?" 안 하고 마구 안심을 시켜드렸다.

 

그렇게 홀로 스쿠터를 몰아 비자림으로 향했는데.. 가면서 아 이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뭘 놓친 것 같은 느낌.. 그때 번뜩 머리를 스친 생각이.. '어? 그게 같이 가고 싶다는 의미였나?' 싶더라. 헐.. 탄식과 웃음이 번갈아가며 터져 나왔다.

 

그게 맞다면.. 이 글을 통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그런걸 파악하는 감각이 부족했어요.. ㅜ,.ㅠ

 

 

비자림에 도착해서 주차장 구석에 스쿠터를 세웠다. 입장료 1,500원을 내고 입구를 지나치니 관리하시는 분이 계셔서 비자림에 대해 물었다. 비자나무가 얼마나 좋고 귀한지 설명해주시더라. 전나무 비슷한 느낌이 나더라.

 

 

 

 

비자림을 걸으니 황토색 흙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꽤 긴 세월을 살아온 듯한 울창한 비자나무들이 보였다.

 

 

 

 

 

 

 

 

 

 

 

 

 

 

 

 

 

 

 

 

 

 

 

 

 

 

 

 

 

 

 

 

 

 

 

 

 

 

 

 

 

 

중간에 약수터에서 물도 한 모금 마셔주고~

 

 

 

 

비자림를 한 바퀴 삥~ 돌긴 했는데, 음.. 특별히 느껴지는 건 없었다.

거의 막바지에 딱딱한 열매 하나를 입에 물고 깨고 있던 작은 새가 재밌어서 동영상을 찍었다.

새가 그렇게 열매 먹는 걸 처음봐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다랑쉬 오름~

 

 

 

 

 

 

 

다랑쉬 오름 입구에서 오름을 올려다보니 오름 정상까지 가는 길이 구불구불 보였다. 꽤 경사가 있어보이는데 힘 좀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다랑쉬 오름을 배경으로 스쿠터 사진 하나 찍어보았다.

 

 

 

 

 

 

 

 

흐아 각오를 하고 올라가긴 했는데 ㅋㅋ 역시 오르막은 숨이 차더라.

근데 잠깐 쉬며 돌아본 풍경에 힘들었던 게 싹 잊혀졌다. 정상에서는 어떤 풍경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마구 솟구쳤다.

 

 

 

 

 

 

 

 

 

 

 

 

일부로 그렇게 심은 건지 자연적으로 그렇게 된 건지 멀리 이름모를 오름에 X 자로 심어진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하.. 정상에 가까워지자 오름 오를때부터 있던 억새풀이 바람에 휘날리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사실은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서 그랬는지도 ㅋㅋ

 

 

 

 

 

 

 

 

 

 

 

 

오름이 산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정상이라고 해야할지 가운데라고 해야할지 그 부분이 우뚝 솟아 있지 않고 움푹 들어가 있다는 점인듯 하다. 오름은 작은 분화구이기 때문이겠지.

 

 

 

우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하.. 이런 풍경을 보며 오름정상을 한 바퀴 도는데.. 으아.. 기분이 정말 좋았다.

 

 

 

 

 

 

 

오름 정상을 찍고 내려가며 셀카도 하나 찍어주고 ㅋㅋ

 

 

 

 

 

 

 

 

 

 

 

머릿속에서 계속 찍으려고 맘 먹었던 억새에게 손내미는 사진을 찍었다.

 

제목은.. Shall we walk?

 

 

 

 

 

사실은 노을을 배경으로 해서 실루엣으로 더 극적으로 찍고 싶었는데, 나름 괜찮은 사진을 얻은 것 같다.

 

위 사진은 요로코롬 고릴라 포드를 이용해 카메라를 고정시켜두고 리모콘을 이용해 찍었다.

 

 

 

 

다랑쉬 오름이 제주도 오름중에 가장 괜찮은 오름이 아닐까 싶다. 산굼부리처럼 입장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날 날씨까지 좋아서 정말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오름을 내려가고 있으니 엄청난 짐을 등에 메고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았다. 내려와서 보니 역시나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그렇게 한참이나 하늘을 날고 있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카페가 많다는 월정리 해안도로!

사실 밥먹으려고 식당이 있을 것 같은 해안가로 가는 거였는데, 아 가자마자 바다색 보고 정신줄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달리다 멈춰서 사진찍고 달리다 찍고 달리다 찍고를 반복해야 했다.

이뻐도 너~무 이뻐!

 

 

 

 

 

 

 

 

 

 

 

 

 

 

 

 

 

 

 

 

 

 

그러다가 카페가 많은 해안도로를 달리게 되었는데, 점심밥을 과감히 포기하고 혼자 카페의 낭만을 즐겨보기로 결정했다. 모래비라는 카페에서 멈췄는데, 아 이 하얀벽의 카페가 제주도의 이국적인 해변과 어울려서 정말 다른 나라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나는 치즈케익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밖에 자리를 잡았다. 7,500원 지출~

 

 

 

 

 

 

 

여기가 어디냐면~ 요기! ㅋㅋ

 

 

 

 

 

한국인과 한국차만 없으면 외국이라고해도 믿겠네

 

 

 

 

 

 

 

역시나 이런 아름다운 길은 올레길~

 

 

 

 

 

 

 

 

 

그렇게 밥먹으려던 계획은 치즈케익과 아메리카노로 바뀌어 버리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빵을 사서 사려니숲으로 향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 할터인디..

 

 

 

 

 

 

 

해안도로에서 사려니숲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이었다. 연식있는 50cc 스쿠터로 올라가려니 느릿느릿 ㅋㅋ 속도가 30km/h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느릿느릿 사려니숲 구경을 못하면 어쩌나 하고 가는데.. 한화리조트 앞에서 엄청 넓은 억새밭을 만났다.

 

구름낀 흐린 날씨에 오후 늦은 시간이라 극적인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다음에 제주도에 와서 흐드러지게 핀 억새를 보고 싶을 때 찾아올 생각으로 담아 두었다.

 

 

 

 

 

 

 

 

그렇게 느릿느릿하게 갔지만 결국 사려니숲 입구에 도착했다. 가니까 뭐 사람도 차도 바글바글. 이 숲이 걷기에 그렇게 좋다던데..

 

 

 

 

 

 

 

 

 

 

 

 

 

사람들이 많긴 했는데, 좀 안쪽으로 들어가자 조용해졌다. 노루도 뛰어 다니고 까마귀도 무지 많았다. 하지만 이 날이 스쿠터를 반납하는 날이라서 깊숙히 가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날씨 좋은 날 다시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사려니 숲길 입구로 돌아가니 근처에서 음악행사를 하더라. 생수와 빵을 나눠주길래 '좋구나!' 하고 하나씩 챙겼다.

 

그렇게 스쿠터를 반납하러 제주시내로 돌아가는데, 우워 끝없이 이어지는 내리막에 큰 차들이 쌩쌩 달리니 좀 무서웠다. 제주시내에서 차가 막히긴 했는데, 5시가 좀 넘어서 스쿠터를 반납했다. (반납은 6시까지였음) 반납할 때 스쿠터에 기름이 반 이상 남아있던게 좀 아쉽다. 더 많이 돌아다닐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행이 다 끝나고니 이곳저곳 다니는 것보다도 한 곳에서 더 오래 머물며 충분히 즐길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

 

스쿠터 렌트 업체 사장님께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달라니까 가깝다고 그냥 가라고 하더라. 아.. ㅋㅋ 이것이 화장실 갈 때 올 때 다른 맘인것인가

 

뭐 걷는 다는 사실에 큰 부담은 없으니 걸었다. 제주시청 근처에 유앤아이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내일 한라산에 가기 위해 버스타기 좋은 곳 근처에 게스트 하우스로 알아두었다.

1박에 19,000원이었는데, 침구류 커버도 따로 주고 시설도 깔끔하더라. 저녁을 먹으러 나가서 가까운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5,000원을 주고 떡볶이와 튀김을 시켰는데... 떡볶이에서 아무 맛이 안났다. ㅋㅋㅋ 웬만해선 음식 안 남기는 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남겨야 했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식도락 여행은 좀 어려운 것 같다. 혼자서 맛있는거 먹기에는 음.. 눈치도 보이고 양도 많고..

 

버스로 한라산 입구까지 가려다가 코스를 수정해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없는 코스를 택했다.

 

관음사까지 택시를 타고가서 한라산에 오른 뒤, 성판악쪽으로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제주시내로 가는 경로를 구상했다. 중간에 사라오름도 구경하고.. 한라산에 단풍이 조금 들어있다는 소식이 들려서 기대가 많이 됐다.

 

 

짐 정리하고 씻고 이거저것 하고 있으니 방에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시간이 좀 남아서 잠깐 잠을 자고 일어나서 아까왔던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이야기를 좀 하다보니 분위기가 좀 이상했는데.. 응? 아까 그 사람이 아니라 처음보는 사람이었다. 내가 깨어 있을 때 들어왔던 사람은 방을 나간상태였고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또 들어온 거였다. ㅋㅋㅋㅋ 아놔 모르는 사람한테 안면 있다고 생각해서 막 친근하게 이야기했는데 ㅋㅋㅋ 서로 막 웃었다.

 

내일 한라산 등반을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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