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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꽃무릇 여행 (2013.09.1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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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꽃무릇 여행 (2013.09.18)

nenunena 2013. 9. 21. 22:05

추석연휴에 시골갈 일이 없는 터라, 긴 연휴를 무얼하면 좋을지 어딜가면 좋을지 찾다가 9월 중순에 잎 없이 빨간 꽃만 잔

뜩 핀다는 꽃무릇(석산)을 발견했다.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고창에 선운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주변에 꽃무릇이 그렇게 많이 핀다더라.

 

온통 빨간 사진을 보고 감탄하면서 보니 꽃무릇으로 유명한 곳이 두 군데가 더 있었다.
그렇게 발견한 곳이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였다.

 

여러 블로그나 카페를 검색해보니 불갑사쪽이 꽃무릇이 더 많다고 하더라.

 

서울에서 전라남도 가는 게 쉬운일은 아니기에(게다가 추석연휴 귀성길에 합류하려면..) 간 김에 이곳저곳 다른데도 같이

구경하고 올까하여 많이 알아봤다.


처음엔 함평 터미널로 가서 용천사를 먼저 구경한다음 불갑사로 걸어서 이동하여(5km) 구경하고 영광 터미널에서 서울로 돌

아오는 계획을 생각했는데, 영광이 함평보다 서울에서 1시간 정도 가까워서 영광 불갑사에서 출발해서 함평 용천사를 보고

다시 불갑사로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다.

 

9월 17일 저녁 10시 25분 영광행 버스를 예약했다. 안 막힌다면 3시간 20분 거리인데, 명절에는 5~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

니 차에서 좀 자고 영광터미널에서 아침 6시 30분에 있다는 불갑사행 시내버스를 타면 될 것 같았다.


센트럴시티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영광 뿐만 아니라 많은 호남행 버스들이 원래 출발시간을 지키지 못하

고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터미널내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종종 버스가 제 시간에 오지 않는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음에 항의하는

사람들의 고성이 들렸다.


책을 읽으며 기다렸는데, 가볍다고 집은 책이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당췌 뭔소린지 이해하기가 힘들고 좀.. 뜬 구름

잡는 내용이라 잘 읽히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9월 18일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했을 때는 내가 마지막으로 예약한 사람이었는데, 버스가 거의 3시간이나 늦게 도착해서인지 반 이상 빈자

리였다.

 

군대있을 때 휴가 나와서 버스탔던 이후 오랜만에 고속버스에 탔는데, 심야 버스는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어두운 조명으로

바꾸더라. 숙면을 취하라는 의미였을까..

 

나도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3~4시간은 이상하게 피곤한데도 잠이 오질 않았다. 낮잠을 자서 그런가... 한 무리의 중국인들

도 함께 버스를 탔는데, 한 아이가 종종 시끄럽게 울어 정적을 깨곤 했다.


속으로 '누가 한 마디 하겠는데..' 생각하는 순간 역시나 "시간도 늦었는데 좀 조용히좀 합시다!" 라고 누가 외치더라.
하지만 어디 애가 그치랜다고 울음을 딱 그칠 수 있던가.. '아이 업고 있는 아저씨가 고생이네요..' 하고 나는 그냥 웃으며

계속 잠을 자려고 했다.

 

간신히 1시간 정도 잤을까.. 어느새 아침이 왔고.. 아침 7시가 좀 넘어서 영광 터미널에 도착했다. 차라리 잠이 안 오던 순

간이면 모를까 1시간정도 간신히 자다가 깼더니 너무 피곤했다.

 

시내버스 타는 곳은 시외버스 타는 곳 맞은편에 있었다. 불갑사 가는 차 시간과 요금을 확인했다. 다음차는 오전 9시. 그때

까지 시간이 있으니, 아침도 먹고 시내 구경이나 하자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른 아침이라 식당 문 연곳이 거의 없었고, 연 곳도 이제 막 준비중이라 밥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시골이지만 읍내라 베스킨 라빈스, 파리 바게트, 던킨 도너츠, 롯데리아도 있었다.

 

파리 바게트가 문을 열었길래 불갑사 가기전에 잠이나 깨보자고 아이스 아메리카도를 한잔 샀다.


9시 버스에 타서 먹으려 했건만 맛을 보니 그날따라 아메리카노가 왜 그리 맛있던지 쭉쭉 빨아먹어서 결국 버스가 오기전에

다 마셔 버렸다.

 

기다리던 버스가 오고, 시내버스는 내릴때 돈을 내면 된다고 하더라.


탔던 사람들이 대충 8명 정도였는데, 그중 6명 정도는 불갑사에 가는 것 같았다. 남녀 커플이 하나, 여여, 남남 커플이 하

나씩. 난 혼자~ ㅋㅋㅋ

 

어딜 빙빙 돌아 가는지 40~50분 정도 시간이 걸려 불갑사에 도착했다. 추석 다음날이 이틀뒤부터는 축제기간이라 여기저기

천막치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처럼 사람 한적할 때 와서 꽃 무릇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있긴 있었다. 여기저기서 전라도 사투리가 들렸는데, 그게 원어

민 발음임에도 이상하게 일부러 흉내내는 것 처럼 그게 왜 그리 어색하게 들리던지 ㅋㅋㅋ


전라도 사투리가 다른 지역 사투리에 비해 나에게 덜 노출되어서 그런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을 찾아가서 선크림을 발랐다. 아직 입구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주차장 주변으로 꽃무릇이 제법 많이

피어 있었다.

 

거기서 부터 사진을 마꾸 찍으며 걸어갔다. 가면서 호랑이도 지나치고.. 확실히 아직 만개하진 않은 것 같았다.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많이 보였다.

 

 

 

 

 

 

 

 

 

 

 

 

 

 

 

 

 

 

 

 

 

 

 

 

 

 

 

 

 

 

 

 

 

 

 

 

 

 

 

 

 

 

 

 


그렇게 걷다보니 그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곳이 나왔다. 엄청 넓은 곳에 온통 꽃무릇.. 하지만 안 핀 꽃이 많아 사진에서

보았던 빨간색으로 가득한 풍경은 볼 수 없었다.

 

한 3~5일 정도 있으면 절정이 될 것 같지만, 사람 많은 축제기간에 와서 사람 피해서 꽃 찍는 것보다는 나을 듯 싶었다.

다 핀게 아닌데 이정도라니.. 어우 만개하면 정말 돌아버릴것 같았다 ㅋㅋㅋ

 

가족끼리 놀러온 사람들도 보였고, 나처럼 사진찍으러 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다들 삼각대에 카메라 꽂고 다니던데.. 셀

프 찍는 것도 아니고 어두운 상황에서 셔터스피드 확보도 아니고 음.. 안정적인 구도를 잡기 위해서인가? 아님 망원렌즈가

무거워서 그런건가?

 

암튼 좀 사진이 목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크기가 큰 망원렌즈를 꽂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찍어 달라는 아저씨 한분과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ㅋㅋ 계속 걸었다.

 

가족들끼리 사진찍는 모습이 많았는데, 나도 내년에는 꼭 다른 사람과 함께 오리라!

 

 

 

 

 

 

 

 

 

 

 

 

 

 

 

 

 

 

 

 

 

 

 

 

 

 

 

 

 

 

 

 

 

 

 

 

 

 

 

 

 

 

 

 

 

 

 

 

 

 

 

 

 

 

 

 

 

 

 

 

 

 

 

 

 

 

 

 

 

 

 

 

 

 

 

 

 

 

그렇게 넓은 꽃무릇 지대를 지나 불갑사 안에 들어갔다. 대웅전 뒤편에도 꽃무릇이 많다던데, 불갑사 안에서 꽃무릇은 많이

볼 수 없었다. 갈증이 심하게 나던 차에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어 아주 달게 마셨다.

 

 

 

 

 

 

 

 

 

 

 

 

 

 

 

 

 

 

 

 

 

 

 

 

 

 

 

 

 

 

 

 

 

 

 

 

 

 

 

 

 

 

 

 

 

 

 

 

 

 

 

 

 

 

 

 

 

 

 

 

 

 

불갑사를 나오니 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 초입에 산쪽으로 꽃무릇이 넓게 많이 피어있어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저수지 옆에 평탄한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꽃무릇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이므로 산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

며 엄청난 꽃무릇 군락을 구경했다.

 

 

 

 

 

 

 

 

 

 

 

중간 중간 의자도 있어서 쉬어가기도 좋았다.

 

 

 

 

 

 

 

 

 

 

 

 

 

 

 

 

 

 

 

 

 

 

 

 

 

 

 

 

 

 

 

 

 

망원렌즈가 없어서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저수지 건너편에 어두운 곳에 은은하게 비치는 꽃무릇 반영

도 참 예뻤다.

 

 

 

 

 

 

 

 

 

 

 

 

 

 

 

 

 

 

 

 

 

 

 

 

 

 

 

저수지를 다 지나치자 본격적인 산길이 나왔다. 산길에서도 어김없이 꽃무릇은 이어졌다.
동백골.. 내가 갔을 때는 이곳 꽃무릇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불갑사 가기전 평탄한 공원에는 70%정도가 피었다면 산속에

꽃무릇은 95%정도 피었던 것 같다.

 

 

 

 

 

 

 

 

 

 

 

 

 

 

 

 

 

 

 

 

 

 

 

 

 

 

 

 

 

 

 

 

 

 

 

 

 

 

 

 

 

 

 

 

 

 

 

 

 

 

 

 

 

 

 

 

 

 

 

그림자와 햇빛이 빨간색에 강약을 주는 풍경이 계속 보이니, 찍었던 사진임에도 계속 찍게 되더라.

걷다보니 어느새 꽃무릇 군락지가 사라지고 돌길이 이어졌다. 완만한 오르막과 함께 나는 구수재를 거쳐 용천사로 향했다.

 

 

 

 

 

 

 

 

 

 

 

 

 

 

 

 

 

 

 

 

 

 

 

 

 

 

 

 

 

 

 

 

 

 

 

 

 

 

 

 

 

 

 

 

 

 

 

 

 

 

 

 

 

 

 

 

 

 

 

 

 

 

 

 

 

 

 

 

 

 

 

 

 

 

가을이긴 하지만 낮에는 역시 더웠다. 길도 좋지 않아서 등산화를 신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길이 험하고 힘들어서 그런가 거리가 멀게 느껴져서.. 게다가 꽃무릇은 안 보이고.. 이때가 1시가 좀 되지 않았을

때였다. 더운데 용천사는 언제 나오는건지.. 생각보다 오르막이 힘들게 느껴졌고, 이내 가파른 내리막이 나왔다.

 

 

 

 

 

 

 

 

 

 

 

내가 용천사만 가고 끝날것이 아니라 다시 불갑사로 돌아와야 하기에 이 내리막을 몇 시간 뒤에는 다시 올라와야 한다 생각

하니 '그냥 돌아갈까.. 돌아갈까.' 몇번이나 고민했다. ㅋㅋ 그래도 원래 계획했던 게 있으므로,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

가면 후회할 것 같아 계속 걸었다.

 

불갑사 근처에서는 카메라 든 사람들을 제법 보았는데, 나처럼 용천사까지 걸어가는 사람중에 카메라 든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ㅋㅋㅋ

 

그렇게 용천사가 가까워지자 역시나 꽃무릇 군락이 나타났다. '오우 여기도 장난아니구나'

 

용천사는 불갑사보다 규모도 작고 꽃무릇 군락도 작았다. 나는 산쪽에서 용천사로 내려왔으니, 이 길을 뒷길이라고 치고.

용천사 정문으로 들어오는 길에 작은 돌담을 따라 피어있는 꽃무릇이 볼만했다. 잔디밭에 항아리 장식, 저수지가 있는 용천

사 근처 공원도 아기자기하니 예뻤다.

 

 

 

 

 

 

 

 

 

 

 

 

 

 

 

 

 

 

 

 

 

 

 

 

 

 

 

 

 

 

 

 

 

 

 

 

 

 

 

 

 

 

 

 

 

 

 

 

 

 

 

 

 

 

 

 

 

 

 

 

 

 

 

 

 

 

 

 

 

 

 

 

 

 

 

 

 

 

 

 

 

 

 

 

 

 

 

 

 

 

 

 

 

 

 

 

 

 

 

 

 

 

 

 

 

 

 

 

 

 

 

 

 

 

 

 

 

 

 

 

 

 

 

 

 

 

 

 

 

 

 

용천사 안에도 물마실 곳이 있었는데, 이 공원에도 물마실 곳이 있어 좋았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휴대폰 충전도 잠시 하고 ㅋㅋ 가져온 떡을 잔디밭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벗어두었던 옷을 말리면서 잠시 주변을 돌아다녔다.

 

 

 

 

 

 

 

 

 

 

 

 

 

 

 

 

 

 

 

 

 

 

 

 

 

 

 

 

 

 

 

3시가 다 되어서 다시 불갑사를 향해 걸었다. 일몰이 다가올수록 사진이 잘 나오는 빛도 진해진다.

꽃무릇이 많이 피었으면 볼만했을 불상.

 

 

 

 

 

 

 

 

 

 

 

 

역시 불갑사에서 용천사를 올 때 거쳤던 가파른 내리막이 돌아갈 때는 가파른 오르막이 되어 세수한 보람도 없이 다시 땀범

벅이 되어갔다.

 


땀범벅이 되어감과 동시에 산모기 한마리가 계속 귓가에서 윙윙 거리기 시작했다.
손을 저어서 쫓아내면 한 5초 있다가 다시 윙윙~

 

그렇게 용천사부터 나를 귀찮게 하던 모기는 불갑사에 도착할때까지 따라다녔다. -_-;;

 

골든타임에 쏟아지는 빛을 받은 꽃무릇을 찍는데 지독히도 내 오른손을 물려고 윙윙..
결국 한 두방 물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8방가까이 물려서 오른손과 팔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불갑사에 도착해서 골든타임이 되었다. 이럴 때는 사람을 같이 찍어줘야 하는데 ㅋㅋ
같이 간 사람도 없고 몸도 지쳐 쉬다가 저녁 6시 10분 버스를 타고 영광 터미널로 돌아왔다.

 

 

 

 

 

 

 

 

 

 

 

 

 

 

 

 

 

 

 

 

 

 

 

 

 

 

 

 

 

 

 

 

7시 20분 서울행 버스표를 사려고 했더니, 또 연차되어서 어찌될지 모른단다. 상황봐서 알려줄테니 끄때 표를 사라고 해서

기다렸다. 7시 20분이 되자 어디서 서울행 가실분~ 이란 소리가 들린다. 나는 아직 표를 안 샀는데.. 매표소에 말하니 얼른

사서 타란다 -_-;;; 알려준다더니 쩝.. 그럼 미리 표를 팔던가..

 

 

부랴부랴 차에 탔고, 막힘없이 달렸더니, 중간에 휴게소에 들렸음에도 3시간 20분만에 센트럴 시티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려 갈 때와는 다르게 한적한 분위기 였다.

 

 

그렇게 빨간세상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나라도 참 구석구석 계절마다 가볼만한 곳이 많구나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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