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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달린 북한강 자전거길 (2013.08.2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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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달린 북한강 자전거길 (2013.08.27)

nenunena 2013. 12. 24. 15:10

 

밀린 여행기를 또 하나 씁니다.

 

이거 사진만 업로드 해놓고 글을 안 적고 있었네요.

 

올해 8월 말에 다녀온 서울에서 대성리역까지 새벽에 자전거 타고 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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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낮에 달리기에는 덥고, 파란하늘을 보며 달리고 싶었다.

 

새벽 3시 30분쯤 집을 출발해서 대성리역까지 자전거로 다녀왔다.

 

그냥 아침을 다른 곳에서 맞이해 보고 싶은 생각에..

 

해가 떠 있는 반대편 하늘이 가장 파랗다. 새벽에 동쪽으로 이동한 뒤, 아침에 서쪽으로 달리면 해를 등지고 파란하늘을 보며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나갔다.


새벽 4시~5시 아주 이른 시간이고 깜깜할 때인데 가로등도 없는 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덕분에 중간중간 놀래고 ㅋㅋ

 

구리지나서 잠시 산으로 이어지는 깔딱고개에서 태어나 손에 꼽히는 극심한 공포를 체험했다. 가로등은 하나도 없는데, 처음 듣는 동물 울음 소리를 들으며 자전거를 끌고 가야했다. 그 울음소리는 마치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서 웅웅 거리는 저음과 닮아있었다. 깜박이는 두 개의 빛 동물 눈도 지나가고.. 암튼 정말 무서웠다. -_-;;

 

춘천까지 연결된 북한강 자전거 도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역시 해가 막 뜨기 전 풍경을 보며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새벽 4시 30분쯤 봉안터널.

칠흑속을 달려온 터라 이 터널의 빛이 반가웠다. 여기서 방방 뛰며 셀카 찍고 난리를 피웠는데.. CCTV를 발견하곤 부끄러워졌다.

 

 

 

 

 

 

새벽 5시 30분쯤 해가 뜨려고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달리다 잠시 멈춰서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인데.. 카메라도 있었지만 꺼내지 않았다. 청평역까지 가서 일출을 보는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늦지 않기 위해서였다.

 

역시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다. 고즈넉함, 상쾌함, 신비감은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다. 두고두고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이 풍경에 매료되어 기억하기 위해서 위치를 저장해두었다. 대강 위치는 요기쯤

 

 

 

 

 

 

 

크게 보면 요기쯤..

 

 

 

 

 

 

 

 

 

날이 차츰 밝아오자 마음도 급해지고, 힘도 들었지만 꼭 청평역까지 가고 말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달렸는데..

달렸는데... 펑크가 나고 말았다.

 

하지만 난 펑크패치가 있지! 하고 타이어 분리 후 펑크난 부분을 찾아서 사포질 하고 패치를 붙이려고 하는데.. 본드가.. 본드가 굳어서 나오질 않았다.. 너무 오래돼서 말라버린 것... 으아.... 말라버린 본드로 패치를 붙여보려했으나 바람을 넣으니 새어나오고... 망했네 하고 있었는데..

 

마침 펑크난 곳이 마을이어서 옆에 아침청소하시는 편의점 아저씨가 보였다. 편의점에가서 본드를 찾으니! 오 마침 예전 돼지표 본드같은 펑크패치에 사용할만한 본드가 있었다! 하지만 30분이상 지체한 상태라.. 이미 밝은 아침이 되어 있었다.

 

 

계속해서 달리는데 해가 떠버렸다.

 

 

 

 

 

 

 

 

 

 

터널을 지나 만난 풍경

 

 

 

 

 

 

 

 

 

 

 

날이 너무 밝아버려서 뜨거운 해가 머리꼭대기에 오기전에 집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청평역까지 가려던 계획을 접고 대성리역에서 멈춰야했다.

 

 

 

 

대성리역 근처

 

 

 

 

 

 

 

 

 

 

 

 

 

돌아가는 길 달리는 중에

 

 

 

 

 

 

 

 

 

 

 

 

 

 

 

 

 

 

어두울 때 달렸던 길이라 돌아올때는 처음 가보는 길처럼 느껴졌다.

 

 

 

 

 

 

 

 

 

 

가다보니 폐역이 능내역이 보였다. 밤에는 이런게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었는데 ㅋㅋ

 

 

 

보이나요?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능내역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별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달리니 힘이 빠질 때 쯤 어디선가 꽃향기가 났다. 라일락향 비슷했는데, 주변에 꽃도 없었는데 어디서 그런 향기담은 바람이 불어왔는지.. 아무튼 꽃향기를 맡으니 힘이 나더라!

 

 

 

 

밝을 때 보니 교회와 같은 건물에 예쁜 카페도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자전거타는 사람들에게 유명하다던 초계국수를 아침으로 먹고 가기로 했다.

 

도착했을 때 문이 열려있긴 했는데, 청소하고 준비하느라 부산하더라. 기다렸다가 10시가 좀 넘어서 초계국수를 먹었다.

 

 

 

 

 

 

 

 

 

 

 

 

음.. 맛은 물냉면에 초절임한 닭가슴살을 같이 먹는.. 딱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맛... ㅋㅋㅋ

 

 

 

 

 

 

 

그렇게 먹고 달리는데 펑크패치를 붙인 곳이 떨어졌는지 바퀴에 바람이 계속 빠지더라. 15분 달리고 바람 넣고 15분 달리고 바람넣고를 반복하며 달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보고 지나칠 내가 아니다.

 

미사대교 밑에서 넓은 해바라기밭을 발견했다. 사실 해바라기 철이 좀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활짝 핀 해바라기를 만나니 반가웠다.

 

 

 

[외면]

 

 

 

 

 

 

[모두가 외면해도]

 

 

 

그렇게 사진을 찍고 바퀴에 계속 바람을 넣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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