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 영원해 지는 곳

제주도 스쿠터 여행기 다섯째날 (2012.10.26) 본문

여행

제주도 스쿠터 여행기 다섯째날 (2012.10.26)

nenunena 2013. 12. 26. 19:00

 

제주시청근처에 유앤아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낸 밤. 아침에 일어나 지하에 있는 휴게소겸 식당으로 내려가 셀프 아침을 챙겨 먹었다.

 

전날에도 둘러보았지만 참 시설이 좋다. 사진찍어놓은게 없어서 아쉬운데, 인테리어도 좋고, 인터넷 이용할 수 있는 PC 라든가 주방, 냉장고, 뭐 암튼 좋았다.

 

계란을 깨서 후라이를 하고 빵에 쨈을 발라 먹었다. 다 먹고 난 후에는 셀프 설거지까지~

 

방으로 돌아와 짐을 챙긴 뒤, 한라산에는 물한병만 들고 가기로 하고 가방을 카운터에 맡겼다.

 

찻길로 나와서 택시를 잡아 타고 한라산 관음사코스 입구로 향했다.

 

일기예보가 날이 흐리긴 한데 비는 오지 않을거라고 해서 비가 올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갔다.

 

이때 입산통제 시간이 9시였던 것 같은데 8시쯤 도착을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단풍이 아주 빨갛게 든 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예뻤다.

 

중간중간 무겁게 짐을 지고 올라서는 등산객들을 지나치며 슉슉 산을 올랐다.

 

 

 

 

 

 

30분쯤 걸었을까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제법 굵은 비가 되고 말았다.

 

그치겠거니 하고 계속 올라가는데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우비를 입은 등산객들이 지나가고, 탱크탑입은 외국인 여자도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계속 올라가는데..

 

아.. 계속 올라갈 수 있을까.. 비가 그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아 그래! 입구쪽에 상점이 있었으니 우비를 사서 다시 올라가자!

 

하고 마구 산을 뛰어 내려갔다.

 

정신없이 내려왔는데.. 음.. 시간을 보니.. 당시 입산통제시간이었던 9시를 넘겨버렸다. 게다가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시간도 늦었고 비도 너무 많이 오고 있어서 내리는 비를 처량하게 보며, 상점에서 잠시 옷을 말렸다.

 

 

 

 

 

대충 옷을 말리고 있으니 어라? 비가 잦아드네? 그래도 입산통제시간이 넘은 터라 다시 올라갈 생각은 못하고 비닐 우비를 하나 사서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려던 한라산도 못가고 비는 오고 있고 나는 찻길 옆을 걸어가고 있고 흑흑..

 

그런데.. 걷고 있으니 비가 그쳐 버렸다... 9시 30분정도.. 어흑 이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어.. ㅠ,.ㅠ

 

돌이켜 생각해보면 산에서 비를 잠시 피해보고 있거나, 아님 우비를 사서 9시 살짝 넘겼어도 관리하시는분께 잘 말했으면 산을 올랐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으휴휴..

 

찻길 사이로 단풍 물 든 나무를 보니 한라산에 오르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제주시청 근처에 와서 버스정류장의 시간표를 사진찍었는데, 왜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중에 다시 한라산 갈때 버스시간 참고하려고 그랬나?

 

 

 

암튼 그렇게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12시.. 밥은 뭐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하루종일 한라산을 오르려던 계획이 무너지니 당췌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이 생겼다. 날씨도 흐리고 안개도 껴서 어딜가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박물관 이런 곳은 가고싶지 않고..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절물자연휴양림을 가기로 선택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 표를 사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오... 안개낀 분위기가 참 좋더라.

 

 

 

 

 

 

 

 

나는 오른쪽 장생의 숲길을 거쳐서 절물오름에 올라 한바퀴 돌고 다시 입구로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돌고 싶었는데, 저녁에 비행기를 타야해서 짧게 돌기로 했다.

 

 

 

 

쭉쭉 뻗은 삼나무 사이로 안개 낀 길을 걷는 기분은 참 묘했다.

 

 

 

 

 

날씨가 안 좋은 덕에 사람도 별로 없고, 혼자서 자연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을수가 없었다.

 

 

 

 

 

 

 

삼나무 숲을 지나 살짝 질척이는 숲속을 걸었는데, 나무에 낀 이끼는 어떤 촉감일까 싶어서 만져보았다.

만져보니 굉장히 부드럽더라. 손으로 문지르면 금방 떨어질것 같았는데 떨어지지도 않고

 

 

 

 

 

숲을 짧게 한바퀴 돌고 절물오름에 올랐다.

안개가 끼어서 뭐 별 풍경은 볼 수 없었다. 길을 무작정 따라 올랐다.

안개가 심해서인지 걷고 있으니 눈썹에 이슬이 송골송골 맺혔다.

 

 

 

 

 

오르막을 다 오르고  오른쪽으로 걸으니 전망대가 흐릿하게 보였다.

안개가 껴서 올라도 뭐 아무것도 안 보였다. ㅋㅋ

 

 

 

 

 

절물 오름을 내려와서 데크가 깔려 있던 생이소리길을 걸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걷고 있던 가족들도 보였다.

 

약수터가 보여서 물 한모금 마셔주었다.

 

 

 

 

연못에 잉어도 있었고

 

 

 

 

 

돌아가기위해서 입구를 빠져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하늘에 까마귀떼가 지나갔다.

서울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까마귀인데, 일본도 그렇고 섬에는 까마귀가 많은 것 같다.

 

계속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수학여행을 온 듯한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몇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근데 버스에 대원고라고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동네에서 가끔 보던 버스를 제주도에서 보니 반가웠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가는 길, 중간에 시장에 들러서 구경도 하고 회사사람들 나눠줄 초콜릿을 샀다.

비가 중간중간 살짝 내렸는데, 학교 끝나고 우산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고등학생들을 보니 안타까웠다.

 

 

 

 

 

그렇게 제주도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라산 올라가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언제고 다시 가봐야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