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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스쿠터 여행기 둘째날(2012.10.2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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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스쿠터 여행기 둘째날(2012.10.23)

nenunena 2013. 5. 5. 23:55

 

7시 쯤이었나.. 새벽에 늦게 잠이 든 탓에 2~3시간 밖에 잠을 못 자고 일어났다.

역시 잠은 눈 감고 있는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라, 진짜 뇌가 잠을 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제주도 도착 후 둘째 날이지만 여행을 본격적으로 하는 첫 날. 졸린게 아쉽긴 하지만 출발해야지!!!

제주도에 삼성혈 근처에 고기국수 음식점이 모여 있다고 해서 그리 가기로 했다.  찜질방을 나오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구름이 많은 날!!

기왕이면 가는 길에 공원구경도 하자 해서 공원을 가로질러 갔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고기국수집이 여럿 나오는데, 나는 그 중에서 “자매국수” 를 선택했다.

 

뭔가 곰탕에 짬뽕면과 수육을 합쳐놓은 듯한 맛 ㅋㅋㅋ 양이 많았지만 다 먹었다!!

  

상콤하게 아침을 먹고 나서 스쿠터를 빌리려고 전화를 걸었다. 삼성혈까지 픽업을 올 수 있냐고 하니 그리로는 안 된다고 버스를 타고 무슨 정류장까지 오라고 하여 갔다. 정류장에 내려 다시 전화를 하니, 스쿠터 업체 주인 아주머니가 차를 가져오셔서 타고 대여점으로 갔다.

마침 비노가 있어서 선택! 오늘 아침부터 이틀을 타고 삼일째에는 저녁 6시까지만 탈거라서 60시간에 50,000원! 동네 마실이긴 하지만.. 아! 스쿠터 여행한다고 서울시내 주행연습 한번 하긴 했구나 ㅋㅋ 뭐 어쨌든 타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험은 따로 들지 않았다. 헬멧, 비오면 가방 덮을 비닐, 지도, 스마트폰 거치대는 무료로 제공.

시동은 걸리는데 기름이 바닥이다. 가장 가까운 주유소가 어딘지 사장님께 물어보고 출발! 기름을 가득 채우니, 8400원. 당시 휘발유 가격이 대충 1리터에 2천원 정도였다. 내 배도 부르고 스쿠터 배도 부르고.. 나는 첫 목적지인 작은 노꼬메 오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제주시내를 우선 빠져나가야 하는데, 길이 헛갈려서 스마트폰 네이버 지도앱을 네비게이션처럼 사용했는데 참 편리하더라.  장갑이 터치가 안 돼서 가끔 벗어줘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긴 했지만..

제주시내를 나와 한라산쪽으로 오르고 오르니 구름 뭉게뭉게 핀 하늘이 보였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바다와 제주시내가 한 눈에 보였다.

 

 

 

 

오르던 산 방향으로는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 있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달렸다. 연식이 좀 있는 비노였는데, 그래도 막 당기니 70km/h 는 넘겼다.. 속도표시계는 60km/h 가 최고였는데, 그걸 넘어갔다. ㅋㅋㅋ

원래 생각은 풍경을 천천히 보면서 달리는 거였는데,  차도 없고 날씨도 좋으니 마구 달리게 되었다. 순간 내 안에 잠재된 질주 본능을 느끼며.. 비노 연식도 있고, 죽으면 다 소용없는 일이니 좀 달리다가 속도를 줄였다. ㅋㅋㅋ

갈림길이 나왔다. 미친듯이 달리느라 작은 노꼬메 오름 입구를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서 경찰특공대 건물이 있는 입구에 도착했다. 노꼬메 오름 입구라고 크게 표시된 게 없어서 지나치기 쉬워 보였다.

 

 

내가 가려는 곳은 족은(작은) 노꼬메 오름 이었다. 오른 세 개를 둘러 볼 수 있는 코스였지만, 다음 갈 곳이 있으니 족은 노꼬메 오름만 보고 가기로 했다.

약도만 보고 외길인줄 알고 무작정 가고 있었는데, 뭔가 빙 돌아가는 느낌이어서 반대편에서 걸어오시는 아저씨에게 작은 노꼬메 오름 가는 길이 맞는지 물었다. 이번에도 가는길을 지나쳐 왔다고 해서 다시 되돌아가서 수풀이 우거져 잘 찾기 힘든 작은 노꼬메 오름 가는 길을 따라 갔다.

서늘한 날씨였지만, 가방을 메고 오르막을 오르니 땀이 났다. 꽤 경사가 심한 곳도 있었고 높이가 높지 않아 금방 오를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늦게 작은 노꼬메 오름에 올라섰다.

 

 

 

 처음 올라서본 제주도의 오름은 다른 블로거들의 사진보다는 별로였지만, 제주도의 이국적인 풍경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위 사진은 수평이 안 맞은 게 아니라 오른쪽에 한라산 꼭대기까지 경사진 제주도의 모습이며, 군데군데 솟아오른 다른 오름들이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아이폰 파노라마 사진기능이 있는 줄 이때 알았으면 찍어두는 건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사실 작은 노꼬메 오름 정상은 나무가 많아서 전망이 대단히 좋지는 않았다.

조금 더 가면 있는 (큰) 노꼬메 오름은 나무가 별로 없어 풍경이 더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관계상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면서 올라오며 감탄했던 숲길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산이 좋다더라 하면 사람이 항상 많은데, 조용하게 혼자 자연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오름가는 길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려가다가 올라오는 여행객 한 분과 마주쳤는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시기에 나도 “안녕하세요~” 하고 답했다. 낯선 이와 주고받은 인사로 잠시 기분좋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억새 흔들리는 내륙 도로를 달렸다.

 

 날 좋은 거 봐라~ 으아~

 

 

  

 

오름은 정말 제주도에서 흔하기 볼 수 있는 풍경이었는데, 이걸 제주도에 3번째 오고 나서야 인지했다. 역시 관심을 가져야만 또 알아야만 보이나 보다.

 

 

 

 

 이건 무슨 윈도우 바탕화면 같다. 역광이었는데, 카메라가 매뉴얼 모드로 되어 있는 줄 모르고 어둡게 찍은 사진을 포토샵으로 살려냈다. 지도에 제대로 표시되지도 않는 작은 도로로 무작정 가다가 만난 풍경이다. 아.. 제주도에 살면서 제주도 구석구석 다 돌아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여행할 때는 해변으로 돌아서 오름의 존재를 사실 몰랐다. 스쿠터 여행하면서 내륙으로 달리니 이런 뭔가 좀 피라미드스러운 오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말이 있어 특이해 보이는 정도일지 몰라도 거기에 직접 있던 나에게는 참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작은 노꼬메 오름 다음 목적지는 이시돌 목장이었다.

드넓은 초원에 말이 풀뜨는 풍경을 기대했었는데, 가을이 너무 깊은 탓인가 푸르름이 생각보다 덜했다. 역시나 저 멀리에는 오름이.. 이젠 산이 아니라 저런 것들을 오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설록차 박물관

사실 저 안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많이들 먹던데, 나는 녹차밭에 올라 경치 구경하고 가던 길을 갔다.

원래 제주도 여행 계획할 때도 목적지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길을 고르는 것도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인지 스쿠터 타고 달리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어디에 꼭 들리지 않더라고, 거기서 꼭 맛있는 것을 먹지 않더라고 좋았다.

좋은 날 인적 드문 제주도 길을 마음 것 달릴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좋았다.

 

어떻게든 높은 곳에서 좀 내려다 보겠다고 자갈밭을 마구 올라갔다. ㅋㅋ

 

다음 목적지는 신창 풍차 해안

 

바닷가에 억새와 풍력 발전기가 함께 있는 풍경이 이채롭다. 제주도에는 바람이 많다고 했던가. 그래서 풍력발전기도 많다.

 

 

 

 

 

 

 

 

그리고 해안도로를 따라 수월봉으로 갔다.

 

 

 

 

 

 

 

 

 

 

 

 

수월봉에 도착했는데, 바람이 매우 강했다. 그래도 꿋꿋이 셀카를 찍었다.

 

 

 

 

보통 삼각대였으면 엄두도 못 냈을 바람이었는데, 고릴라 포드(스파이더 포드) 방식이어서 아래 사진처럼 카메라를 매달아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간식거리로 올레꿀빵을 팔길래 두 개를 샀는데, 별 맛은 없더라.

 

 

그리고 해안도로를 따라 주욱 달려 용머리 해안쪽에 있는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가는길에 게스트하우스를 못 찾아서 헤맸는데, 기름이 다 떨어져 가서 기름을 넣었다. 5천원 어치를 넣었는데, 기름을 흘렸다고 400원 할인해 주시더라.

 

도착 했을 때 게스트 하우스 주인 아저씨가 여행자 분들 픽업을 가시는 바람에 잠시동안 기다리며 노을과 억새 밭 사진을 찍었다.

줌머타고 오신 한 분과 자전거 빌려서 타고 온 두 분도 있었다.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는 시설도 깔끔한 편이고, 샤워실이나 인터넷 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았다.

15,000원이었고, 바베큐 파티도 참가하기로 하여 12,000원을 더 냈다.

 

 

처음 보는 분들과 함께하는 바베큐 파티는 즐거웠다. 고기도 많이 먹고 소세지도 맛있고~ 한 분이 화이트라는 지역소주를 가져오셨는데, 화이트는 미지근하게 해서 마셔야 한다고 하시더라. 권해주셔서 마셔봤는데.. 오.. 정말 맛있는 소주! ㅋㅋㅋ

여행자 중에는 나 처럼 오늘 하루 묶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몇 주째 묶으며 올레길을 걷는 분도 있었다. 1달이상 머물면서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하며 여행했던 분이 게스트하우스를 내기 위해 다시 찾아 온 분도 있었다.

 

마지막엔 박스에 담겨오는 엄청난 양을 자랑했던 서은 통닭 ㅋㅋㅋ

 

 

혼자 여행을 해보니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자를 만나는 일이 즐겁더라. 제주도 여행가는 분들에게는 게스트 하우스와 바베큐 파티를 꼭 체험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일은 송악산에서 일출을 볼 것이다.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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