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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춘천-가평 라이딩 (2012.5.27) 스크롤, 이미지 압박

nenunena 2012. 5. 28. 21:54

 

날씨가 더워졌다. 걷기를 자주 하는 요즘, 낮에는 땀나서 걷기 싫어질 정도의 날씨가 됐다. 5월이 이 정도인데 6월은 여름같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낮에도 못 걷겠는데, 자전거는 가을까지 못 타겠구나 했다. 밤에나 좀 타야지 하고 있었는데, 자전거 좋아하는 친구가 자전거를 타자고 연락이 왔다. 사실 연락을 받은지는 3주전쯤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날이 되었다. 시간이 갈 수록 더워지는 날씨탓에 가기 싫은 맘도 있었지만, 라이딩 하루전에 확인하니 비가 내리는 건 아니면서 살짝 흐려서 자전거 타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가 예상됐다.

친구는 원당에서 전철을 타고, 나는 집에서 자전거로 상봉역으로 갔다. 아침 7시 3분쯤에 만나 친구가 가져온 버내너를 하나씩 먹고 승강장에 자전거를 가지고 올랐다.

오.. 자전거를 가지고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이 보였다. 상봉역에서 시작하는 경춘선은 전철 맨 앞과 뒤칸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근데 의자 하나 분 자리밖에 없어서 7대 이상은 벽에 기대어야 한다.

뭐 어쨋든 멀리여 전철 하나가 오는데.. 뭔가 이상하다. 막 2층으로 된 좌석에 이건 꼭 장거리 열차 같았다. 알고보니 청춘선이라고 춘천가는 열차인데, 이 열차를 타려면 표를 따로 끊어야 한단다. 어쨌든 그 열차가 지나가고 춘천행 전철이 왔다.

자전거도 딱 세우고, 자리에 앉으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 피곤이 몰려왔다. 친구에게 얘기하고 난 눈을 붙였다. 춘천까지 80분 걸린다고 하니 충분하다. 대략 40분정도 자다가 일어났는데, 자전거 가지고 탔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더라. 청평쯤에서 많이 내렸던 것 같다. 거기도 자전거 타기 좋은 뭔가가 있나 보다.

그래서 결국 춘천역에서 내렸는데, 자전거를 가지고 내린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춘천역에 무슨 대학교가 있었는지 학생들이 많이 내리더라.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날은 일요일이더라. 아무래도 어디서 MT 온 게 아닌가 싶다.

1번 출구로 나오니 아직은 별게 없다. 친구가 공지천 유원지부터 시작해서 북쪽으로 가는 코스가 좋겠다고 하여 남쪽으로 내려갔다.

지도를 클릭하시면 위치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드디어 물가로 뻗은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도 한강이나 탄천, 중랑천등 물가로 달린적은 많지만 기분탓인지는 뭘라도 뭔가 달랐다. 아 지금생각해보니 풍경이 많이 달랐다. 주변에는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넓은 호수와 나무그늘이 대부분이었다. 날이 흐려서 파란하늘도 아니고 뭉게 구름도 없었지만 좋았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참 좋았다.

중간에 멈춰서 빵하나씩을 또 먹고 달린다. 멀리 다리가 하나 보이는데 다리가 가까워지자 헛!!! 어디서 본 익숙한 동상이 서 있었다. [소양강처녀상]

“이 동상엔 슬픈 전설이 있어.”

“뭔데?”

“난 전설 따윈 믿지 않아!!!”

얼핏 지나쳐본 웃긴 게시물이라 잘 모르고 있던 내용인데,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고 킥킥대고 있는데, 커플티를 입은 남녀한쌍이 카메라 들고 다가오며 “저..” 이러자마자 “네 찍어드릴게요~ ㅎㅎㅎㅎㅎ” 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해줬다. 난 전설따윈 믿지 않는 다는 말이 계속 생각나서 히죽대며, 찍사의 기질을 발휘하여 모델의 의견을 물었다. “어떻게 찍어드릴까요? 동상이랑 같이 나오게 찍어드리면 될까요?” “네” 그러길래 구도를 얼른 잡고, “자, 찍습니다. 하나둘! 찰칵!” “한장 더 찍을께요~ 하나둘 찰칵!” 내가 다른 사람 사진찍어줄 때 특징이 모델이 폼잡고 있는데 기다리지 않게 얼른 찍는다는 것이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아주 여유있게 “하나아~ 두울~ ... 찰칵” 이렇게 찍는데 카메라가 불편한 나 같은 사람은 애써 잡은 표정이 아주 어색해 질 수 있어서 내가 다른 사람 찍을 때는 안 그런다.

그리고 나서 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자전거 도로로 들어서서 북쪽으로 달렸다. 역시나 서울에서 보던 높은 건물도 없고 안락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도 몇 안돼서 달리기에 쾌적했다.

이제 막 북쪽으로 한창 경치감상하며 재밌어 지려고 하는데, 자전거 도로가 끝나버렸다. 다시 길을 돌아 다리로 강을 건너 강의 서쪽길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리 근처에서부터 펄쩍펄쩍 뛰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런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는데, 친구와 AF 빠른 아이폰 덕에 원 없이 많이 찍었다. 다리를 건너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얼른 다리밑으로 피해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소나기 온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한바탕 쏟아지고 출발하면 될 것 같았다. 비가 안 오길래 출발! 그런데 길이 너무 예쁜거다. 친구랑 또 사진을 마구 찍었다.

그렇게 사진을 잘 찍고 달리는데 또 빗방울이 떨어졌다. 큰 나무가 보이길래 나무 밑으로 비를 피했다. 근데 비가 너무 많이 오래 왔다. 게다가 새끼 손톱만한 우박까지 떨어졌다. 흐아아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강아지가 있던 집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들어오라 손짓하신다. 후아 자전거와 함께 현관에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마당에도 개가 있고 집안에도 개가 있었다. 아까 비 피할 때 귀여워서 계속 보던 검정 멍뭉이를 만져보려고 다가갔다.

비를 피한 큰 나무와 검정 멍뭉이가 있던 할아버지 집

검정 멍뭉이 핥핥

강아지가 자꾸 핥으려고만 해서 결국 제대로 쓰다듬어 주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아우 귀여운 녀석.

그렇게 비가 잦아들었는데.. 점심때가 되니 배도 고프고 비가 와버려서 오늘 라이딩을 끝내야 하는 고민까지 했다. 보슬비도 내리고 비가 그친다 해도 길에 물웅덩이가 있으면 제대로 달리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밥은 먹어야 하니 춘천역 쪽으로 가기로 했다. 춘천역으로 가려면 남쪽에는 다리가 없어서 북쪽으로 다시 올라가서 다리를 건너기로 했다. 비가 와서 천천히 달려야 했지만 구름 낀 풍경도 보기 좋은 춘천이었다.

그렇게 춘천역쪽으로 가고 있는데, 친구가 닭갈비 골목이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전에 불만제로인가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닭갈비 골목 식당의 더러움과 불친절함을 다룬적이 있어 다른곳에 가자고 했다. 그래서 친구가 길가던 사람에게 괜찮은 닭갈비집을 물었고, 우리는 소양2교 북단에 위치한 닭갈비 식당을 찾아갔다.

결과적으로 닭갈비 집을 알려준 사람이 참 고마웠다. 깨끗하고 창밖 풍경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ㅎㅎ 막국수는 안 팔더라.

닭갈비는 1인분에 만원, 볶음밥은 2천원~

사장님이 밥 볶아 주시려고 닭갈비 요리한 철판을 어떤 도구로 싸악 닦아주시는데 너무 깨끗이 닦아져서 신기했다. 다음에 춘천에 오게 되면 또 오고 싶다.

가라매기 닭갈비 식당과 주변 풍경

밥먹고 신나서 식당옆에서 또 뛰어주고 ㅋㅋㅋ

밥 먹고 다시 강의 서쪽 및 북쪽 길을 따라 가기 위해 또 그 다리(신매대교)를 또 가서 건넜다. 근데 밥먹고 나니 날씨가 언제 비오고 우박떨어지고 그랬냐는 듯 너무 화창했다. 비가 오고 나서인지 오히려 날씨가 더 좋았다!!!

그 뒤로 구름 좀 낀 맑은 하늘에 바람 살랑살랑 불어오고 사람 적은 자전거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하늘이 좋아 또 뛰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뛰었더니 이제 힘들다.

좋은 풍경을 만나서 또 사진을 찍었으나, 이제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도 많이 뛰어서 자전거타기 보다 사진 찍는 게 더 힘들더라. 중간중간 양갱을 섭취하며 달렸다.

그 뒤로 또 만난 풍경

댐 봤다고 또 뛰어주고 ㅡ,.ㅡ;

그 뒤로 가평역까지 좋은 풍경과 자전거 길이 계속 되었다. 가평역에 가기 위해 건넌 다리부터는 자전거도로가 아니었다. 가평역에 도착하니 대략 오후 6시가 좀 넘었던 것 같다. 사진 안 찍었으면 양수역까지 목표로 했을 거다. 그래도 좋았다. ㅎㅎ

가평역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타니 이미 자전거를 가지고 탄 사람이 많았다. 40분을 서서 갔지만 그날 찍은 사진들을 감상하며 가니 지루하지 않았다. 상봉역에 내리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리고 군자역에서 치맥으로 마무리한 뒤 쫑!

 

아이폰4S 사진 정말 잘 나온다. –_-;; DSLR 보다 막 자전거 타면서 찍을 수도 있고 좋다. 찍고 싶은 풍경 있으면 바로바로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카시아 꽃잎이 가는 곳마다 떨어져 있었다. 1~2주 빨리 왔으면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달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오늘 달린 자전거 코스다. 클릭하면 커진다. 파란색은 풍경 좋았던 곳. 사실 모든 곳이 다 좋았다. 이날 주행거리는 약 70km.

 

다음엔 청주나 속초가 될 듯.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상 춘천-가평 라이딩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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