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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스쿠터 여행기 첫째날(2012.10.2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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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스쿠터 여행기 첫째날(2012.10.22)

nenunena 2013. 5. 5. 23:54

 

그냥 떠나고 싶다는 생각.

이것저것 신경 쓸 필요 없도록 혼자서.

혼자서 떠나는 여행.

자전거로 한번, 차로 한번 갔던 제주도. 이번엔 스쿠터로 가보자.

 

자전거로 갔을 때는 너무 일정에 쫓겨 구경도 많이 못하고 쫓겨 간듯했던 기분. 해안도로를 따라 보는 이국적인 풍경이 참 좋았던 기억.

차로 갔을 때는 안개가 껴 있어 좋은 풍경을 보기 어려웠고, 멈춰서 사진 찍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았지만, 매번 멈추기 불편해서 아쉬웠던 기억. 길가에 만발한 수국과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력 발전기와 목장과 말에 대한 기억.

 

취직을 하고 나니 긴 휴가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평일 5일을 연달아 휴가를 냈고, 떠나기 일주일 전에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여행가기 전에 제주도 스쿠터 여행으로 검색하니 많은 블로거들의 글을 볼 수 있었는데, 지마켓에서 저가 항공뿐만 아니라 모든 국내 항공사의 비행기표를 검색할 수 있다는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

10월 22일(월) 저녁 8시에 김포를 출발.

10월 26일(금) 저녁 9시에 제주를 뜨는 여행.

유류세, 공항이용료를 다 합해서 갈 때는 58,400원, 올 때는 81,800원이 들었다. 대충 왕복 14만원이 들었구나.

 

사진도 제대로 찍겠다고 고릴라포드 삼각대도 사고, 15만원짜리 큰 백팩도 사고 ㅋㅋㅋ 여행 핑계로 이것저것 많이도 샀다. 이걸 또 언제 쓰려나.. ㅎㅎㅎ

짐을 다 챙겼을 때 가방이 무거워서 체중계로 무게를 재어보니, 5.6kg... 후덜덜 했으나, 별로 뺄 것도 없고..

가져갔던게.. 지도, 속옷2개, 양말2개, 반팔티 하나, 긴팔티 하나, 츄리닝바지, 카메라, 렌즈2개, 세면도구, 비닐봉지, 영양갱1개, 고릴라포드+볼헤드..

카메라와 삼객대가 무게를 많이 차지했다. 뭐 그래도 나름 잘 썼으니 후회는 없다.

신발은 오름과 한라산을 갈 예정이라서 등산화를 신었고, 스쿠터 헬멧에 눌린 머리 감추는 용도로 모자도 하나 쓰고, 반팔티에 셔츠, 그리고 바람막이 이렇게 입고 갔다.

 

* 첫째날(2012.10.22. 월요일)

제주공항에 내려 깔끔하게 500번 버스를 탔다. 계획대로 버스를 타고 계획대로 동인스파월드에 가기 위해 시민회관 정류장에 내렸다.

밤이긴 해도 10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일기예보대로 비도 흩뿌리고 있었다. 골목을 들어가 동인스파월드를 가니 으.. 9월부터 밤11시까지만 영업을 한다는 안내..

다시 밖으로 나와 스마트폰으로 근처 찜질방을 검색했다.

문득 예전 자전거 여행 때 정읍에서 찜질방 찾는데 주민과 경찰들이 문닫아서 낭패를 보게 한 오대양찜질방만 가르쳐줬던 악몽이 떠올랐다. 뭐 그때 간신히 다른 사우나를 찾아서 들어갔지만, 1시간 넘게 밤에 자전거타고 정읍시내를 돌아다녔던 경험은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다.

다행히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라서 지도에 찜질방들이 잡혔다. 너무 허름하진 않은지 로드뷰까지 봐가며 확인했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는 시설이 좋아 보이는 찜질방이 없더라. 평은 안 좋았지만, 시설이 커보여서 황금불가마 찜질방을 가기로 했다.

 

지도 크게 보기
2012.12.2 | 지도 크게 보기 ©  NHN Corp.

 

가장 빠르게 가는 길이 삼성혈을 지나 신산공원쪽 시냇가 주변길을 따라 가는 길이었다... 우와 사람도 없고 분위기가 음침해서 안 그래도 제주에서 흉악범죄 뉴스도 있던 터라 살짝 무서웠지만, 다행히 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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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8,000원

휴대폰 충전하고 일찍 자려 했으나...

밤 12시가 될 때 까지 TV 소리에, 12시 지나서는 사람 지나다니고 대화하고, 모기가 달려드는 통에 눈만 감았을 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게다가 왜 난 진짜 찜질방 방안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왜그리 더운지.. 땀도 삐질삐질 나서 잠도 안 오고.. 결국 새벽 3시쯤인가, 시원한 어느 구석을 찾아가서 간신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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