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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자전거 여행 -여덟째날- (2007.7.2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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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자전거 여행 -여덟째날- (2007.7.25)

nenunena 2008. 9. 18. 23:09

맑은 날

간밤에 더워서 땀을 정말 많이 흘렸다.

내가 누웠던 자리에 땀이 남아있을 정도였다.

역시나 볼일을 보고 이룩이를 깨웠다. (이건 항상 변함이 없구나)

씻고 나와서 식당을 찾았다.

아침인데도 구름한점 없이 너무 더웠다.

보리비빔밥인을 먹고 앞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사진촬영에 대비해서 카메라 메모리를 비우러 PC방에 갔다.

사진을 옮기고 나서 인터넷을 보며 제주도에서 가볼만한 곳을 지도에 표시했다.

가장 가까운 용두암을 먼저 가기로 했다.

우리는 서쪽으로 바다를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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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로 가는중]

해안을 따라온게 아니라 용두암을 지나치는 바람에 동쪽으로 다시 돌아와서 용두암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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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용두암]

외국인들이 갑자기 버스에서 줄줄이 내리는것이 보였다.

가이드가 프랑스어???로 설명을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기억이 잘 안난다.)

뭐 당연하게도 용머리처럼생긴 바위가 있는 곳이었다.

현무암으로 된.. 신비로운 색을 띈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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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에서. 타지 않으려고 다 가렸다.]

기념사진을 찍고 본격적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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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달리던중 전망 좋은 곳에서. 셀프샷 찍으려다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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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서 단 둘이 바다를 바라보며 얘기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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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좋아서 목책위에 올라서서 바라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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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공사중인지 왼쪽에만 자전거 도로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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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망좋은 곳 발견]

듣던데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마련되어 있었으나 나는 오른쪽 차선가장자리로 달렸다.

서쪽으로 달리는 경우 왼쪽에만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는데

자동차 도로와 따로 마련된 도로는 뭐랄까.. 접지력? 땅에 착착달라붙어서 자전거가 매끄럽게 나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중간중간 상태도 안 좋다.(함몰, 균열등)

서울에서 살고 있으니 서울에서 본 것들이 그러하지만, 제주도역시 이런 별도의 자전거전용도로는 상태가 좋지만은 않았다.

도로 오른쪽에서 달리는 것이 해안풍경이 더 잘보이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나중에 잘못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제주도를 반시계방향으로 돌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맞바람!

사람의 힘으로 가는 자전거에게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힘든 장애물이다.

그래도 한번 가기시작했고, 그게 우리 계획에 맞았으므로 힘들어도 그냥 달렸다.

다음으로 간 곳은 이호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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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타이머 누르고 잽싸게!!!! 아슬아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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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해수욕장. 그냥 뭐..]

음.. 제주도에서 처음 보는 해수욕장인데 별로 좋아보이는게 없었다.

사람도 적고, 크기도 작고, 뭐 볼것도 없고... 딱히 특징이 없는 곳이었다.

바다는 뭐 제주도 주변이 다 아름다우니..

공공화장실이 큰게 있길래 나는 양말한켤레를 빨기로 했다.

이룩이는 그동안 바다에 발만 담그고 오겠다며 바닷가로 갔다.

양말한켤레를 다 빨고 나와보니 이룩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기다려도 오질 않길래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자 또 슬슬 걱정이 된다.

얼마뒤 이룩이는 돌아와서 내게 "왜?(전화했어?)"라고 물었다.

"..안 오길래.."

나는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 전화온걸 알고도 아무말없이 있다 온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같이 여행하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듯한 행동에 속으로 화가 많이 났다.

다시한번 여행에 대한 회의가 들었지만 일단 제주도는 다 돌고생각하자며 그 순간을 넘겼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가면서도 자꾸 이룩이의 그런 행동들이 생각나 '여행을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수없이 하고 있었다.

마음이 많이 심난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자전거가 세워진 편의점이 있어 우리도 거기서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는 스파게티+돼지바(사은품)와 쿨피스로 이상한 메뉴를 골랐다.

그걸 혼자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 조금 졸렸다.

벤치에 누워있다가 이룩이가 샌드위치를 다 먹은 뒤 다시 출발했다.

다음 해안도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곽지해수욕장이었다.

이번에도 사람은 적었지만 용천수가 나오는 샤워장을 만들어 놓은 괜찮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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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수 샤워장. 물이 엄청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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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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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 해수욕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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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수로 씻고 말리는 중]

하지만 이번에도 바다에는 들어가지는 않고, 용천수로 땀을 씻고 의자에서 신발을 말리며 휴식을 취했다.

쉬고 있으니 제주도행 배에서 처음 보았던 빨간 RCT MASTER 여행객이 보였다.

우리랑 코스가 같은 모양이었다.

아까 이호해수욕장에서도 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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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거의 다 말랐을때쯤 다시 길을 나섰다.

제주도는 역시 자전거여행객이 많은 곳이었다.

자기 자전거를 우리처럼 가져와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기 자전거는 역시 대세인 RCT MASTER 나 앞샥이 달린 RCT MASTER TURBO가 많았고,

대여 자전거는 Appalanchia 1.0이 가장 많았다.

자기 자전거와 대여 자전거는 안장을 보고 구별이 가능했다.

대여 자전거 안장은 엄청 넓고 전립선부분이 뚤려있는게 대부분이었다.

멋은 없지만, 나처럼 오랜 탄다고 가랑이가 아픈일은 없을것 같다.


우리는 계속 달려 협재해수욕장과 한림공원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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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 해수욕장]

한림공원은 입장료가 비싸서 Pass.

협재해수욕장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촬영하는 사람도 보이고, 주변에 민박잡으라고 권유하는 아주머니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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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민박과 슈퍼가 많아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가?

내가 보기엔 곽지해수욕장이 더 좋아보이던데.

계속 달려 고산리쯤부터는 해안도로가 아닌 내륙도로로 달렸다.

이룩이가 알아본 바로는 첫날 보통 대정읍에서 많이들 묵는다고 하여 우리도 그럴 계획으로 대정읍까지 빨리 가기 위함이었다.

대정읍에 도착해서 찜질방을 찾았지만 보이지도 않았고, 사람들에게 물어도 없을거라 했다.

대정읍도 커서 우리가 있던 곳에만 없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디있을지 모르는 찜질방을 찾기엔 무모했다.

결국 민박을 구할까 하다가 아직 해가 떠 있으니 열심히 달려서 중문에서 자기로 했다.


제주도 남서쪽 해안가 근처에는 별로 볼게 없는 듯 하다.

내륙은 갈만한 곳이 있던걸로 기억한다.


대정읍에서 중문을 향개 가는 길은 차가 거의 없어 신나게 달렸다.

산방산이 보이는 곳에서 산을 돌아가는 여러개의 길을 놓고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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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나기 어려웠던 장애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길을 헤매다 보니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고 말았다.

북쪽으로 가면 큰길이 나올꺼라 생각해지만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가로등없는 길을 가야했고,

동쪽으로 곧장 가려니 산방산 위로 불빛이 이어져 있어 오르막이 상당해 보였다.

결국 동쪽으로 가는 차량불빛이 산으로 가지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나서야 우리는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중문으로 갔다.

산방산을 왼쪽에 끼로 내리막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얼굴에 돌이 후두둑 떨어지는 것이었다.

누가 던진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세게 눈을 맞았다.

다행이 돌이 큰게 아니었는지 상처는 입지 않았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산방산위에 있던 돌들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후 우리는 가로등이 4km마다 하나가 보이는 길을 이룩이는 전조등(애칭 아수라다), 나는 스카치 반사밴드로 가끔 지나가는 차에게 우리를 확인시키며 암흑의 야간라이딩을 했다.

달리고.. 달려... (중문은 또 왜그리 먼지..)

결국 중문 관광단지에 들어섰다.

밥을 먹고 중문사우나를 찾아 짐을 풀었다.

밖에 세워진 자전거들로 보아 그곳엔 이미 많은 자전거여행객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식당 아주머니 말을 들어도 그렇고 안에 들어가서 봐도 그렇고 무슨 학교 과에서 단체로 온 모양이었다.

힘들게 야간라이딩을 끝내고 그렇게 제주도에서 첫주행을 마쳤다.


제주시 - 고산리 - 대정읍 - 중문관광단지

이동거리 : 96.64km
평균속도 : 14.2km/h

사용한 돈 : 아침 5000원, 점심 3000원, 음료수 1700원, 저녁4000원, 찜질방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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