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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아토피 환자분들에게

nenunena 2020. 9. 16. 19:21

저는 중학생때 부터 20대 중반까지 전신 아토피 피부염으로 많이 고생한 사람입니다.

오늘 우연히 보게된 유튜브 동영상 때문에 아직도 아토피 때문에 많이 고생하고 있을 환자, 특히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 분들을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간략하게 제가 겪은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전신 아토피 피부염, 2차 감염으로 손등이 고름과 진물 투성이였던 경험, 미친듯이 온 몸을 긁어서 나온 각질이 한 움큼이었던 경험, 밤에 자면서 긁어서 상처가 생기지 않기 위해 손을 묶고 잔 경험, 병원약을 쓸 때만 좋아지고 안 쓰면 나빠지니 좋다카더라라는 이상한 방법을 시도한 경험(기억나는 건 돼지기름 바른거네요. 고등학생땐데 학교가서 친구가 어디서 고기굽는 냄새 나지 않아? 해서 바로 돼지기름은 접었습니다.), 도무지 낫질 않아서 계속쓰던 약이 떨어져서 갔던 피부과에서 장기간 처방해준 약이 최고등급 스테로이드 연고였던 것..


오다가다 지하철 같은곳에서 목이나 팔에 각질과 붉어진 피부가 있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지금 저는 30대 중반이며,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멀쩡하게 살고 있습니다. 기억이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제가 아토피를 이겨낸 몇 가지 조언을 드립니다.


1. 건강해지기로 결심하기
2. 아토피는 완치되지 않는다.
3. 약은 잘 쓰면 좋다.


하나하나 상세히 말씀드리면..

1. 건강해지기로 결심하기
환자분들은 알다시피 아토피 피부염은 원인불명입니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확실한 치료방법도 없습니다. 병원약은 쓸때만 좋아지고 안 쓰면 또 나빠집니다. 환자인 제가 뭘 할 수 있었을까요? 이런저런 온갖 원인들이 많다는데, 그럼 건강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면 이런저런 원인들을 제거할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그래서 몸에 안 좋다는 인스턴트 음식, 밀가루 멀리하고 건강한 음식을 가려 먹었습니다. 군대 훈련소에서 컵라면 먹으러 가서도 동기에게 두 그릇 먹으라고 줬습니다. 꾸준히 운동도 했구요. 겨울에 피부가 차가운 상태에서 체온이 올라가면 따가운 가려움이 느껴지는 콜린성 두드러기 증상도 있는 사람이라 겨울에는 집 화장실안에서 옷을 벗고 팔벌려 뛰기를 했습니다. 각질이 떨어져도 물 부어서 흘려버리면 그만이고, 콜린성 두드러기는 땀이 나기 시작하면 따가운 가려움이 사라지며, 운동은 건강에 좋으니까요. 그런식으로 생활 습관을 건강해지자는 생각을 항상하면서 바꿨습니다.

2. 아토피는 완치되지 않는다.
10년 정도를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해보니 이건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라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제까지 이걸로 고생해야하나 하면서도 어느순간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이건 병이 아니다. 건성, 지성 피부처럼 아토피 피부도 피부 형태의 하나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죠. 그렇게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평생 이 그지같은 피부를 포기하지 않고 관리하며 살겠다." 라는 결심을 한겁니다. 언젠가 완치해서 나는 이제 아토피 피부염을 전혀 겪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버린겁니다. 증상을 완전히 없앤 상태가 유지되길 바라지 않고, 나빠질 때마다 좋아지게 신경쓰며 살 결심을 한겁니다. 평생.

3. 약은 잘 쓰면 좋다.
기본적으로 자극이 없는, 자신에게 좋은 보습제를 찾아야 합니다. 얼굴이고 몸이고 본인에게 맞는 보습제를 항상 자주 발라주시구요. 가렵기 시작하거나 빨갛게 피부염증이 시작된 부위가 생기면 병원가서 스테로이드를 처방 받습니다. 저는 어떤 식으로 약을 사용하냐면, 몸 여기저기 넓은 범위에 빨갛게 염증, 각질, 가려움이 나타났을 때는 전신에 증상을 빠르게 줄여줄 수 있는 주사나 먹는 형태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몸이나 얼굴에 좁은 부위에 증상이 시작될 때는 처방받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합니다. 스테로이드 효과 좋은 건 다 아시죠? 근데 장기간 사용하면 몸에서 자체적으로 나오는 부신피질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니 문제인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방법은, 주사야 병원가서 놔줄 때 맞는 것이고, 먹는 약이나 연고는 오전에만 사용한다는 겁니다. 호르몬이라는 건 몸에 계속 남아있지 않고 일정 시간 이후에 다 배출되거든요. 부신피질 호르몬은 저녁에 잠 잘때 나오는데, 그 때 몸에 남아있는 호르몬양이 적으면 만들고, 많으면 덜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면 몸 외부에서 투입하는 스테로이드를 오전에 사용하면? 잠 잘 때 쯤이면, 몸에서 배출될 가능성이 높으니 부신피질 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줄 확률도 줄어듭니다.

일단 상태가 안 좋을때는 약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그리고나서 오전에만 약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줄여야 하구요. 악화된 상태로 약 안쓰고 버티고 긁으면 더 안 좋아집니다. 스테로이드, 잘 쓰면 좋은 약입니다.

스테로이드약을 끊으면 바로 악화되는 리바운드 현상을 겪는 상태의 분이라면, 일단 약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으면 약 안 먹고 안 바르는게 두려울텐데요.. 전신이면 먹는 약, 부분이면 연고 사용을 일주일에 6일, 그 다음주는 5일, 그 다음주는 4일 이런식으로 사용일 수를 줄여나갑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전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용기있게 실행해 보시면 천천히 증상은 좋아지면서도 약의 의존하고 있는 몸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약의 힘을 빌려서 증상도 많이 좋아지고 리바운드 상태에서도 벗어나면 제가 위에서 적은대로 악화될 때마다 병원 찾아서 적절히 약을 사용하면됩니다.


마지막으로..이런 모습을 살아야 하나.. 죽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분들을 위해..

1. 아토피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에 가세요. 당신 혼자 겪는 일이 아닙니다. 그거 자체로 위로가 됩니다.
2. 너무 안 좋을때 옆 사람이 "힘내" 라고 해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저 스스로 위로가 되었던 생각은 "괜찮아, 이거보다 더 심했던 때도 있었잖아. 그것도 이겨냈는데, 이 시간도 지나갈거야. 지금은 그 때보다는 나쁘지 않잖아?"

조금이나마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______________ 2021년 3월 2일 추가

전반적인 피부 건조함은 양배추 끓인물이나 양배추즙을 꾸준히 드시면 도움이 됩니다. 저는 양배추즙 먹기 시작한지 10일정도만에 얼굴피부가 딴딴(?)해지는 신기한 느낌(탄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과 전체적인 피부 건조함, 당기는 느낌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양배추즙을 먹고나서는 염증이 있어서 각질이 벗겨지는것을 경우가 아닌 건조해서 각질이 벗겨지는 증상이 꽤 줄어들었으니 시도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보통 물을 많이 마시는것이 도움이된다고 하는데, 그냥 물은 많이 마신다고 피부 건조함이 개선되고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건조함이 악화될 수는 있겠지만, 건조함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데에는 양배추즙이 개인적으로는 (극적으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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